[문화일보 2008-02-22]

올해 들어 국내 의료진이 개발한 진단 의약품 제조기술이 해외로 수출되는가 하면, 일부 장기이식수술환자 생존율이 미국을 앞지르는 등 의료기술의 눈부신 성과가 연이어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들이 주도하는 의료기술의 눈부신 성장으로 한국 의료진의 우수성이 해외에 널리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의료기기 수출은 8억1741만달러로 2005년 대비(6억9903만달러) 16.9% 증가했다.

◆국내기술 해외서 주목 = 22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핵의학과 문대혁, 오승준 교수팀은 바이오벤처기업 퓨처켐과 함께 암, 파킨슨병, 치매 등의 난치성 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분자영상진단’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분자영상기술은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분자, 유전자 수준의 변화를 영상화하는 기술로, 어떤 세포든 비정상적으로 특정부위에 몰리는 현상을 진단할 수 있다. 즉 암, 치매 등의 난치성질환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진단이 가능한 획기적인 의료기술이다. 이 원천기술은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화학학회지와 유럽핵의학분자영상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으며, 국내외 특허와 함께 다국적 제약사인 바이엘쉐링파마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엘쉐링파마는 진단시약 분야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대형 제약사다.

문 교수는 “이번 원천 기술개발은 난치성 질환의 조기 진단과 평가는 물론 이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치료 신약의 효능을 판정할 수 있는 도구로서 신약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연간 10조원 규모의 전 세계 치매 분자영상 진단시약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가천의과학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박사팀이 미래 뇌수술 치료법의 발판이 되는 영상기술력을 세계 최초로 개발, 미국의 유명 뇌 전문병원인 ‘메이요클리닉’과 연구협정을 맺었다. 조 박사팀이 개발한 최첨단 의료영상장치는 뇌세포의 기능 및 분자과학적인 변화를 3차원 영상으로 얻을 수 있다.

◆장기이식 생존율 미국 추월 = 삼성서울병원의 신장이식수술 성과가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되는 미국 장기이식센터(UNOS)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본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신장이식을 한 환자 10년 생존율이 97.1%로 UNOS의 76.4%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신장이식 후 투석이 필요 없어 성공적인 이식을 지칭하는 ‘신장이식편’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삼성서울병원이 86.5%(생체공여자), 76.2%(뇌사공여자) 등으로 UNOS의 56.5%보다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수술실적도 국내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센터는 1995년 2월14일 첫 신장이식을 시작한 이래 13년 만인 지난 1월22일 1000건의 수술을 성공했다.

이승재·이용권기자 lee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