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가정을 방문하는 요령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 김주희

치매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어서 대부분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보호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특히 언제부터 병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면서 환자와 부딪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환자의 대부분이 집안의 어른들이므로 어떤 병이라고 보기보다는, 나이가 들어 늙으면서 오는 노인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초기인 경우에는 전혀 환자로 취급되지 않고 다만 성가시게 하는 노인으로 지목 받게 됩니다. 그러나 점차 병이 진행되면서“노망이구나”하다가, 말기에 이르러 갑자기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드디어“환자이구나”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치매환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요령은 가정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가족과 함께 지내는 치매노인 방문 시 요령

가족과 함께 지내는 치매노인이 초기인 경우에는 가족들이 거의 치매로 보지 않으므로 일반 노인을 대하는 태도로 대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화를 하다보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게 되고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놀라는 태도보다는 똑같은 대답을 친절하게 반복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30분 이상 함께 이야기 하다 보면 가족의 심기도 몹시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노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태도가 가족을 위해서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매노인을 방으로 모셔간 후 가족들과 대화할 때 가능한 한 먼저 왜 저러시냐고 묻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보호자들 중에는 환자로 인해 받는 고통을 호소하고 털어 놓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노인을 모시는 일이 정말 힘들고 고달플 것에 대해 격려하는 말과 칭찬하는 말을 꼭 해 주어야 합니다. 어려운 노인을 잘 모시는 일에 대한 감탄과 찬사를 해 주는 것이 그 가족에게는 큰 위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자 상태가 중기에 접어든 경우에는 보호자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며, 집안일을 제대로 할 수 없고, 환자 뒤만 쫒아 다녀도 하루가 모자랍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를 목욕시키는 일이나 집안일, 장보는 일, 또는 잠깐 노인을 맡아서 보아주는 일, 산책을 시켜주는 일 등이 가족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고, 환자에게도 좋은 봉사가 될 수 있습니다.

치매 노인은 무서운 사고만 일으키는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지능이 떨어져 생활과 판단 능력이 미숙한 상태일 뿐 무서운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환자에게 접근해야하며 친절한 언어나 태도가 중요합니다. 얼굴에 미소를 짓고, 부드럽게 팔짱을 끼고, 어깨를 감싸 주면서 산책할 것을 제안해 보면 태도가 달라지고 좋은 반응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말기가 되면서 음식 삼키는 일과 말하는 기능이 잘 안될 수 있고, 와병상태가 되어 누워만 있게 될 경우에는 부드러운 액체상태의 음료나 미음, 묽은 죽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먹을 것을 줄 때 시간이 좀 많이 걸려 어려울 수 있으므로 먹이는 일을 보호자 대신 한번 해 드리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시기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것이고, 기저귀도 많이 필요하고,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일도 큰 힘이 드는 일이어서 보호자를 도와주거나 대신해 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혼자 사시는 치매 노인 방문 시 요령

치매 노인이 혼자 사시는 경우는 치매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자주 방문해서 집안청소가 제대로 되는지, 세탁이 잘 되는지, 정리 정돈이 잘 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부엌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세제를 챙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찬 종류의 갈무리 상태가 비위생적이거나 조리 방법을 특이하게 하는 경우 치매를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옷 입는 매무새의 변화, 단추 잠그는 것과 앞지퍼 올리는 것 등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깨끗하지 못하고 얼룩이 진 옷을 입거나 양말 등을 신고 있을 때는 치매를 의심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우울하거나 불안, 초조 증상이 있을 수 있고, 공격적 성격을 나타내는 경우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낼 수 있기 때문에 놀라지 말고 잘 살피면서 친절한 대화를 나누도록 하여야 합니다.

중기에 이르면 이웃 사람들의 제보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웃과 작은 일로 불화를 일으키거나, 고집을 피우거나, 누구의 말도 의심하면서 잘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호자들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고, 가능하면 혼자 사는 것 보다 가족과 함께 살거나 시설로 입소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말기에는 물론 혼자 지낼 수 없을 것입니다.

3. 치매 시설에 입소하신 노인을 방문하는 경우

일반 병원 환자 입원 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음식물 반입이나 기타 다른 물건을 선물하기 전에 시설의 간호 책임자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지고 간 음식물을 노인이 절제하여 나누어 드실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한꺼번에 다 드셔서 배탈이 날 수 있고, 때로는 나중에 드신다면서 잘 보관한 것을 잊어버리고 찾지 않아 부패하기도 하고, 보관 방법을 잘못하여 오염되거나 이미 부패한 것을 드실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여야 합니다.

말기에는 대화가 어렵고, 거의 동물 같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을 수 있으며,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못하므로 정스러운 옛 추억의 좋은 관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이런 시기에 방문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으며, 남겨진 사람으로서 마음에 상처만 깊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