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의 대처요령

오산 신경정신병원 전용호

자신 또는 자신과 가까운 보호자가 치매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어느 충격보다도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환자에게 치매라는 사실을 알려야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환자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느끼게 될 고통을 고려하여 치매라는 사실을 숨기기보다는 환자의 알 권리를 고려하여 환자가 감당할 정도의 적절한 수준에서 점차적으로 자신의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있음을 자각 할 수 있도록 하여 환자 스스로도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가족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누구보다도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것은 바로 환자자신입니다. 특히, 자신의 인지기능 저하를 인식할 정도의 인지기능이 남아있는 초기의 치매 환자라면 더욱 그럴 수 있으며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부정하고만 싶어지지만 병이 더욱 진행이 되어 자신의 인지장애로 인한 그 동안의 실수가 치매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점점 희망을 잃게 되고 우울감에 빠지게 되기도 하고 심하면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가족도 이러한 절망감에서 예외일수 없습니다. 치매환자와 살아가면서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떠올리게 되고 어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치매라는 병도 포기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지 치료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음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치매라는 질환은 환자나 그 가족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삶을 포기 할 만큼 절망적인 병이 아니며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삶을 살수 있는 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치매라는 진단을 받은 후 환자 스스로와 가족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모두 설명하긴 힘들고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도움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혼자 부담하기엔 너무 큰 부담이므로 항상 주위의 의료진의 도움을 청하거나 같은 처지의 환자나 가족들의 지지나 조언을 구하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1.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의 대처요령.

먼저 진단을 알게 된 환자는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며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 가족과의 대화나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지지를 받아야만 나중에 자신의 저하된 인지능력을 접하게 되었을 때 올 더 큰 혼란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병의 경과를 파악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통해서 병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현재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지만 병의 진행을 상당히 늦추는 좋은 약물이 많이 있으므로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병이 진행 할수록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이 점점 떨어짐을 자각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저하된 인지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본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항상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여 약속이나 전화번호 또는 통장비밀번호와 같이 잊어버릴 수 있는 중요한 기억들은 수첩에 메모를 하여 필요할 때 마다 볼 수 있도록 항상 몸에 지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에는 잘 알았던 길을 잘 모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당황해 하지 말고 미리 버스나 전철 노선을 기록하거나 눈에 잘 띄는 중요한 건물을 확인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집에서도 중요한 물건은 항상 같은 장소에 놓아두고 찾기 쉽게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사물함에 이름을 붙이거나 목록을 적어두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치매환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려움에 처했을 땐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떨어졌다하여 좌절하거나 자신 없어 하지 말고 자신에겐 항상 주위에서 지지하고 도움을 줄 가족이나 의사가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2. 치매진단을 받은 환자 가족의 대처요령.

치매환자의 가족이 느끼는 부담은 상상 이상입니다. 너무 외롭고 막막하여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도 치매환자에 대한 편견으로 주위에서 찾아주는 사람도 없어 외롭기 까지 합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적절하고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도록 합니다. 환자의 가족은 먼저 환자가 자신의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앞으로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때론 환자가 예민해지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환자 자신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참아주어야 하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치매환자는 일반적으로 인지기능저하가 진행되면서 개인위생, 외출 식사와 같은 일상생활 기능에 장애를 받게 됩니다.

기억력 저하로 인하여 물건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자신이 식사를 한 것을 잊어버리고 자꾸 다시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이때는 절대로 환자의 실수를 다그치거나 지적해서는 안됩니다. 대신 환자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다음번엔 잘 찾을 수 있도록 일정한 장소에 알아보기 쉬운 표시를 해주기도 합니다. 자주 식사를 하려는 경우는 하루 식사량을 3번이 아닌 6번 정도로 나누어 적은 양이지만 환자가 원할 때마다 주도록 합니다.

 목욕이나 양치질과 같은 개인위생도 환자 스스로가 어려워 할 수 있는데 하루 일정한 시간에 환자가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욕탕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 할 경우 목욕 의자를 사용해볼 수 있고, 양치질을 어찌할 줄 모르는 경우 간단한 것 예를 들면 칫솔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행동을 늘려 칫솔에 치약을 짠다든가 하는 행동으로 까지 늘려가면서 적어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치매환자도 감정을 느끼고 실수를 했을 때 자존심 상해하거나 수치심을 느낍니다.

 가족들은 환자가 실수를 하더라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다음에 잘할 수 있도록 칭찬을 아끼지 말고 격려해야 하며 인내를 가지고 조금씩 스스로 할 수 있는 행동을 늘려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의복을 입을 때도 단추가 복잡한 옷보다는 똑딱 단추가 있으면서 편안하고 쉽게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을 입히는 것이 좋습니다.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떨어져 길을 잃을 수 있거나 심한 경우 집에서도 화장실을 찾지 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도 침실이나 화장실 문에 표시를 해두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외출을 해야 한다면 가족이 같이 동행하는 것이 좋고 나중에 길을 잃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명찰을 차도록 합니다. 환자를 끌고 간다는 생각보다는 환자가 가고 싶은 곳을 같이 가주면서 다른 길로 가거나 위험한 곳으로 갈 때 이유를 말해주면서 안전한 길로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보행자애가 있거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면서 집안에서나 밖에서 사고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욕조 바닥은 타일보다는 메트를 깔도록 하고 집에서도 벽면에 손잡이를 설치하여 넘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환자가 음식인줄 알고 삼킬 가능성이 있거나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은 미리 환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면장애가 생겨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배회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낮에 낮잠을 제한하고 적당한 운동을 시키거나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